“전셋값 3, 4월엔 더 뛴다”… ‘묻지마 계약’도 속출 |
갈수록 태산 ‘전세대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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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등 수도권 전셋값 상승세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지난해부터 오르기 시작한 전셋값은 공급 부족과 학군 수요, 내 집 마련 수요의 전세 대기 등 현상과 맞물리면서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 가고 있다.
전세난이 심각해지면서 무주택 서민들은 ‘전세 난민’이 되고 대학가에서는 ‘방 구하기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전세 대란’이 일상용어가 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정부나 서울시 등의 전세 대책에는 당장의 공급 부족 해결 방안이 없어 전세난은
갈수록 더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28일 현재 서울 등 수도권 전세난의 실태와 문제점, 대책 등을 살펴본다.
1. 전세난 실태는 전셋값 상승세는 정부가 지난 13일 전세 대책을 내놓은 이후에도 꺾이지 않으면서 무려 93주 연속 오르고 있다. 국민은행의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지난 17일 기준 전국 평균 전셋값은 전주 대비 0.4% 올라 2009년 4월6일 이후 무려 1년9개월 가까이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국민은행이 전국의 부동산 중개업소들을 상대로 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1월 현재 전세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고 있다는 응답이 80.7%로 이 같은 조사가 처음 시작된 2004년 이후 8년 만에 가장 높았다.
2. 서울에서 수도권으로 풍선효과 유발 전셋값 오름세는 서울에서 수도권으로 밀려나는 ‘전세 난민’을 만들어 내고 있다. 크게 오른 전셋값을 감당하지 못해 서울보다 값싼 수도권 지역으로 집을 옮기는 것. 서울 송파구 잠실에서 높은 전셋값을 감당 못해 탈출(엑소더스)하면서 경기 하남시 덕풍동과 신장동 일대 전셋값도 동반 상승하고 있다.
성남 판교신도시에서 밀려 분당신도시로, 다시 분당에서 밀려 용인시로 조금 더 싼 전세가 있는 지역으로 이전하는 식이다.
서울지역 전셋값은 지난 1년간 평균 8.2% 올랐다. 특히 강남구와 광진구, 영등포구 등은 10% 이상 상승했다.
지난해 가을까지만 해도 빈집이 많았던 경기 용인과 분당, 안양, 군포, 부천 중동 등에서도 이제 중소형 전셋집은 찾기 힘들다.
3. 전세난 악용 사기도 늘었다는데 신분증 위조나 이중 계약 등을 통해 전셋돈을 가로채는 사기 사건이 잇따르면서 정부가 주의보를 발령했다. 국토해양부는 최근 전세 사기 사건의 경우 주로 집을 월세로 얻은 뒤 소유자의 신분증을 위조하고 중개업 등록증을 빌려 중개업자와 집주인 행세를 하면서 전세 계약을 맺은 후 보증금을 편취하는 사례가 많다고 지적했다.
또 오피스텔, 다가구주택 등의 소유자가 관리인이나 중개업자를 통해 임대차 계약이나 보증금 관리 등을 맡기는 과정에서 주의나 경각심 부족으로 전세금을 떼이는 경우가 많다고 경고했다.
4. 임대시장, 월세시대로 바뀌나 전세 물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반면 월세는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면서 어쩔 수 없이 월세 계약을 하는 수요자들이 늘고 있다. 이 때문에 전셋값 급등이 전세 위주의 국내 임대주택시장이 월세 중심으로 바뀌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부동산시장이 안정되고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면 전세 공급이 계속 줄어들 수밖에 없고, 이를 통해 월세가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시대가 올 것이라는 분석이다.
박상언 유앤알컨설팅 대표는 “부동산 침체기에는 집값 상승 기대감이 낮아 전세를 끼고 주택을 구매하는 수요가 줄고, 주택 보유에 따른 수익률도 크게 낮아져 매수보다는 임대주택을 구하려는 동기가 높아진다”고 말했다.
5. 역전세난에 홈쇼핑 등장도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써브에 따르면 서울과 인접한 경기 4곳(고양시, 김포시, 의정부시, 하남시)의 1월 중순 전세가격을 비교한 결과 경기 고양시의 전셋값이 서울 마포구와 은평구의 절반 수준(51.99%)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지역 전세가 싼 것은 대부분이 중대형 아파트이기 때문. 이들 중대형 아파트는 세입자를 구하지 못해 역전세난을 겪으며 전세 수요를 유인하기 위한 이벤트까지 진행 중이다.
홈쇼핑에 전세 아파트를 등장시킨 것. 수도권 외곽의 경우 전셋값이 싸고 좋은 물건이 많은데도 수요자들이 알지 못해 오히려 역전세난을 겪고 있다는 판단에 따라 해당 건설·시행사들이 직접 나선 것이다.
부동산 정보업체인 부동산1번지는 새로 입주하는 아파트 전세를 사전 예약하는 서비스도 실시한다.
사전 예약을 신청하면 지역 중개업소에서 주인이 내놓는 전세 매물 정보를 신청자에게 우선적으로 알려 주는 방식이다.
이외에 전세 물건이 나오면 보지도 않고 일단 계약을 해 성사되는 ‘묻지마 계약’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6. 전셋값 왜 계속 오르나 근본적인 원인은 수급 불균형 때문이다. 공급은 멈춰 있는데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것이다. 길게 이어지고 있는 부동산 경기 침체로 집값 상승 기대감이 줄면서 내 집 마련 수요자들이 돈이 있으면서도 집을 사지 않고 전세를 구하고 있다. 이 때문에 서울 강남에서는 100㎡(30평)대 아파트의 전세금이 3.3㎡당 2000만원을 넘고 있고, 서초동 등 부촌의 전세금은 10억원을 넘는 경우도 많다.
특히 비수기에도 전세난이 이어지는 것은 올 3~4월 이사철에 전셋값이 더욱 오를 것을 우려한 사람들이 미리 전셋집 찾기에 나서면서 ‘가수요’가 유발되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로또’ 보금자리주택을 기다리는 대기 수요도 일부 겹치면서 전세난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7. 전세수요, 매매수요 전환 가능성은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114 조사에 따르면 21일 현재 서울지역에서는 매매 가격 대비 전세 가격 비율(전세가율)이 50%를 넘는 곳이 나타났다. 서대문구는 50.9%로 전세가가 매매가의 절반을 넘어섰다. 관악구가 48.9%로 50%에 육박했고, 중랑구(48.7%), 동대문구·성북구(48.4%), 중구·구로구(48.1%), 종로구(47.9%), 금천·동작구(47.4%) 등의 순이었다.
반면 고가 아파트와 재건축 대상이 많은 강남·용산권역은 전세가율이 40% 미만이었다.
강동구가 35.6%로 가장 낮았고, 강남·용산구 35.8%, 서초구 38.1%, 송파구 38.3% 등의 순이었다.
건설산업전략연구소에 따르면 수도권은 50% 이상, 강남권 등 인기 지역은 40%만 넘어도 전세 수요가 매매 수요로 전환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최근 2년 가까이 진행되는 전셋값 상승은 예전의 단순 공급 부족에 따른 전세난과 달리 매매 수요 대기, 보금자리주택 당첨 기대 등이 복합 작용해 예측을 어렵게 하고 있다.
8. 전세난 언제까지 전세난의 원인이 불확실한 집값 전망에 따라 매매보다는 전세에 나서는 사람이 많아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만큼 앞으로도 전세시장 불안이 지속될 것이란 예상이 많다. 올해 역시 주택 경기가 크게 좋아지지 않을 것이라고 보는 전문가들이 많기 때문이다. 부동산114는 올해 전국의 아파트 입주 예정 물량은 19만495가구로, 지난해(29만7108가구)보다 10만6613가구(35.9%)나 급감할 것으로 전망했다.
최근 10년간의 연평균 입주 물량(31만3949가구)보다 40% 정도 적은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 강남권 재건축 사업 본격화에 따른 대규모 이주 수요 등이 예상되는 것도 비관적 전망을 뒷받침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전세난이 올해 말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9. 정부 정책은 정부는 다세대·다가구, 도시형생활주택처럼 공사 시작 후 6~10개월 안에 입주가 가능한 주택에 한해 올해 말까지 한시적으로 국민주택기금 건설자금 대출 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우선 대출가능금액이 상향 조정됐고, 금리도 기존의 3~6%에서 2%의 초저리로 낮아진다. 또 민간업체가 10년 임대주택을 지을 때만 공공택지를 공급하던 것을 5년 임대주택을 지을 때도 택지를 제공하도록 4월 중 임대주택법 시행령을 바꿔 기존 택지지구의 미분양 주택용지 등에 적용하기로 했다.
공공 부문에서는 현재 비어 있는 경기 성남 판교 순환형주택 1300가구를 2월부터 국민임대주택으로 분양·공급하기로 했다.
또 LH가 다가구·다세대주택을 매입·임대해 2만6000가구를 공급하기로 했다. 이렇게 해서 총 13만가구 정도의 입주 물량을 공공 부문에서 올해 안에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10. 대책은 무엇 전문가들은 정부가 최근 내놓은 전세시장 안정 대책이 근본 처방은 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당장 올해 수요자들이 필요로 한 입주 물량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 당장 3~4인 가구에 맞는 주택이 필요한데 중대형 면적 아파트나 1인 가구 위주의 도시형생활주택이 공급된다고 전세난이 해소되진 않는 것이다.
이에 따라 단기적인 처방으로 수도권에만 3만가구에 육박하는 미분양아파트에 대한 각종 규제를 한시적으로 없애는 한편 세제 혜택을 줄 것을 주문하고 있다.
특히 준공 후 미분양아파트를 공공이 매입해 임대 전환하는 게 당장의 전세난 해법이 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이와 함께 주택을 사고팔거나 임대하기에 자유롭도록 각종 금융 규제와 세제를 풀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