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이후 상업지역에 주상복합건물(저층은 상가, 고층은 주택이 들어선 건축물) 공급이 급격히 늘었으나 체계적인 관리방안이 없어 기반시설 부족과 경관 문제가 야기된다는 지적이 나왔다.
서울시정개발연구원의 양재섭 연구위원은 7일 '주상복합건물의 계획적 관리방향'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사업지역에 주상복합건물이 과다 공급돼 상업·업무공간이 잠식되고 기반시설 부족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며 "주상복합건물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1990년부터 2010년 상반기까지 약 20년간 시내 상업지역에 들어선 주상복합건물은 총 193동, 4만2000가구로 집계됐다. 이 중 2000년부터 2004년까지 공급된 동 수만 124동(64%)이다. 정부가 외환위기 이후 경기 활성화를 위해 각종 부동산 규제를 완화했기 때문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1990년 이후 상업지역에 들어선 주상복합건물의 주거 총연면적은 약 392만㎡(약 118만5800평)로 서울 광화문에 있는 대형 빌딩 '파이낸스센터' 49개에 해당하는 물량이다. 양 연구위원은 "현재의 개발 가능성과 사업성만을 고려해 상업지역에 고밀 주상복합 개발을 과도하게 허용하면 중심지의 발전 잠재력을 저해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건물은 많이 들어섰지만, 대형 주택 위주로 공급돼 주택공급의 효과는 제한적이었다. 상업지역 주상복합 건물의 70%는 국민주택 규모(전용면적 85㎡·25.7평) 이상의 중대형 주택이었고 국민주택 규모는 1만여 가구에 불과했다.
또 이들 주택은 대부분 사업승인을 적용받지 않기 위해 300가구 미만으로 건립돼 공동주택의 부대복리시설 설치 및 주택공급 기준 적용에서 제외됐다. 300가구 미만으로 주상복합건물을 지을 경우 건축 인허가만 받으면 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학교와 도로 등 기반시설에 과부하를 준다고 양 연구위원은 분석했다.
양 연구위원은 "뉴욕, 도쿄 등 외국의 대도시들은 중심기능 육성을 전제로 중심지와 상업지역을 관리하고 있다"며 "주상복합건물에 대한 법적 정의를 분명하게 하고 공동주택 복리시설을 설치하지 않아도 되는 사업승인 예외 요건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재호 기자 jeon@hcos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