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감록은 '유구와 마곡의 두 물골(물이 흘러 빠져 나가는 작은 도랑)의 둘레가 200리나 되니 난리를 피할 수 있다'며 충남 공주의 마곡사를 십승지의 하나로 꼽는다. 마곡사 대웅보전 안에는 여러 개의 기둥이 서 있는데,이들을 껴안고 한 바퀴를 돌면 6년을 더 산다는 전설도 있다. 사람들이 얼마나 많이 안고 돌았던지 기둥이 반질반질 윤이 날 정도다.
사람이 건강하게 장수를 누리는 방법은 무엇일까. 잘 먹고,잘 입고,병원을 자주 다니는 게 정답은 아닐 것이다.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풍토(風土)가 좋은 땅에서 마음 편히 사는 것이다.
진나라 시황제도 불로장생을 위해 봉래산에 있다는 영약을 구하러 서복을 우리나라에 보냈다. 하지만 서복은 돌아오지 않았다. 세상 어디에도 그런 약은 존재하지 않았던 까닭이다. 진귀한 약제라도 질병에서 사람을 구하고 삶을 연장시키는 데 도움을 줄 뿐이지,근본적으로 사람을 죽지 않게 할 수는 없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장수의 비결을 알고 싶어한다. 국내 한 연구기관의 발표를 보자.'국내 장수인들은 잡곡밥보다 흰 쌀밥을,신선한 야채보다 반드시 데치거나 나물로 무친 형태로 섭취했다. 간장 된장 같은 발효식품이 필수적이고,식사량도 소식보다는 활동량에 따라 충분히 먹는다. 하지만 장수인이 특별히 먹는 음식은 없다. '
농촌진흥청은 전국 100개의 농촌 건강 장수마을을 선정,고령사회로 진입한 농촌사회에 대한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경기 8곳,강원 11곳,충북 5곳 등이다. 다른 시도도 많으면 10여곳,적으면 한두 곳이 지정됐다. 이웃한 마을이라도 장수마을과 그렇지 않은 마을로 구분된다. 이것은 산천의 기운에 따른 풍토 차이가 식습관,생활습관과 함께 사람의 건강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시사한다. 실제로 장수 노인들은 '우리 동네는 물이 좋고 공기가 맑아'라며 오래 사는 비결을 마을의 풍토에서 주로 찾는다.
풍토와 장수의 상관관계에 대한 연구는 아직 깊이있게 이뤄지진 않았다. '적당한 고도와 기온이 장수마을의 주요 요인이며 그 결과 장수 벨트가 산간지역으로 확대 이동 중'이라는 발표가 고작이다. 장수의 비결인 풍토의 진정한 내용이 무엇인가를 제시하지 못하는 수준이다.
하지만 택리지는 '무릇 살 터를 잡는 데는 첫째 지리(地理)가 좋아야 한다'고 했다. 여기서 지리란 마을로 들어서는 입구가 꼭 닫힌 듯하고,그 안에 들이 넓게 펼쳐진 곳을 말한다. 산이 마을의 삼면을 에워쌌으니 물이 풍부하고 공기는 맑다. 동구가 작으니 외부의 바람이 쉽게 들이치지 못해 장풍이 잘된 터다. 즉 풍수에서 생기가 응집할 조건으로 삼은 장풍과 득수가 바로 대를 이어 장수를 누릴 풍토의 핵심인 것이다.
향후 장수 비결을 찾는 연구는 마을이 입지한 지리적 환경이 주민의 건강과 장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를 풍수적 관점에서도 자세히 살피는 형태여야 할 것이다.
고제희 대동풍수지리학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