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명 이상 컨설턴트 자문 후 투자 판단
얼마 전 50대 초로의 신사가 부동산 투자를 위해 찾아왔다. 정부투자기관에 근무하는 그는 모아둔 돈과 퇴직금을 합친 2억 여 원으로 부동산을 사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나 부동산 ‘업자’라는 사람들이 모두 ‘사기꾼’으로 보여 선뜻 돈을 내놓기가 불안하다는 것이다.
아파트 중개업자는 아파트를 사두면 수 천 만원이 남는다고 하고 상가 분양업자는 한물간 아파트보다 상가가 최고라 하고 토지 매매업자는 돈은 역시 땅에 묻어두는 게 으뜸이라고 하니 누구 말을 믿을지 모르겠다는 하소연이다.
부동산 소액투자자는 대체로 중개업자의 말에 끌려 투자하는 성향이 강하다. 종합적인 부동산 정보를 얻는데 한계가 있는데다 투자방법을 가이드할 전문가를 만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더욱이 내로라하는 부동산 컨설팅 업체마저도 부동산을 판매할 욕심으로 온갖 감언이설로 투자자를 현혹시키는 사례가 비일비재이다.
쇼핑센터가 들어서면 입지조건이나 유동인구, 교통문제와 무관하게 상가투자가 최고라는 식이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이 같은 투자자 유인책을 ‘작전주 만들기’라고 부른다. 일반인들은 이 같은 비양심적인 부동산 업자들의 투자유인책에 걸려들면 거액의 재산손실은 물론 가정까지 풍비박산나기도 한다.
요즘엔 인터넷을 통한 객관적인 정보수집이 쉬워졌고 공정한 부동산 전문가를 만나는 일이 쉬워졌다. 또 부동산 사이버장터(직거래)를 통해 값싸게 사는 부동산에 대한 정보를 알기 쉬워 인기가 높다.
이렇게 손쉽게 인터넷에서 정보를 얻으면 정보를 빠르게 얻을 수 있고 중개업소를 직접 찾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단순히 수수료를 아낄 목적이라면 인터넷의 정보를 100% 신뢰해서는 안 된다.
검증되지 않은 수익률에 낡은 자료와 통계까지 믿지 못할 내용이 인터넷에는 범람하고 있다. 또 직거래 코너에서 매도자를 믿고 덜컥 부동산을 매입했다가 법적하자를 만나 투자금을 몽땅 날리기도 한다.
부동산 투자는 어느 정도 전문지식은 물론 부동산 거래에 대한 이해를 필요로 한다. 시장흐름과 투자유망 종목을 꿰뚫고 있어야 한다. 마음을 열고 투자를 의뢰할 부동산 컨설턴트를 사귀어 두는 것도 좋다. 그러나 언제나 2명 이상 컨설턴트의 말을 듣고 판단하는 신중함을 갖추어야 한다.
고수들만 아는 부동산 별별 투자법
일반 초보 투자자들이 부동산경기 호황기 때 아파트와 재개발 뉴타운 등 쉽고 안전한 종목을 찾아 수익을 남긴다면 실전 고수들은 미리 불황기를 준비하며 자기만의 투자기법을 찾아내 연구하고 발굴한다. 고수들의 투자기법은 남들이 꺼리는 부동산을 주로 노린다. 즉, 틈새를 찾아 돈 되는 물건을 찾아내는 것.
얼어붙은 거래로 장기침체 양상을 띌 때 부동산시장은 돈줄이 끊기고 경쟁이 덜해 수월하게 큰돈을 벌 수 있다. 지역과 개발정보에 정통하며 확신이 선다면 과감하게 투자실행에 나서는 과감함이 몸에 배어있다.
전·현직 직장근무 경험을 살리거나 전문 노하우를 쌓아 투자에 활용하는 전문가도 많다. 공무원, 은행원, 도시계획 기술자, 법률사무원 등 전공분야에서 부동산 틈새투자처를 찾아 고수익을 거두는 사례다. 금융권 근무자의 경우 1~2순위 근저당을 할인해 매입해 권리를 이전한 후 경매를 통해 배당 받거나 유입과정을 거쳐 값싸게 낙찰 받아 되파는 수법을 쓴다. 도시계획·건설 기술자는 도로예정 토지 등에서 큰 수익을 거두기도 한다.
농지나 산지의 틈새 투자법은 오래된 고수들만의 투자기법 축에 속한다. 도시민의 농지취득의 허점을 역이용해 개발지역 농지에 돈을 묻거나 미리 사전 정보를 탐문한 후 공기업·대기업이 사들이는 임야를 헐값에 투자했다 개발차익을 챙기기도 한다. 특히 기업이 사들이는 산 정상의 땅은 대규모 레저시설이나 연수원 등이 들어서면서 대박 땅으로 변신한 사례는 전설적(?)인 실전 투자사례다.
거금을 가져야 성공한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소액으로 분산투자하는 방식을 택하는 게 고수다. '가장 좋은 위치에 가장 나쁜 부동산'을 골라 소액의 권리금 또는 보증금을 안고 투자했다가 차익을 남기거나 경락인수 물건을 샀다가 개발이익을 남기고 되판다. 경락인수란 선순위 세입자의 돈 일부를 물어주고 경매로 매입하는 것으로 내 돈 많이 들이지 않고 낙찰 받는다. 인수금액이 있어 수회 유찰되지만 개발차익을 챙길 수 있어 남는 장사다.
별 볼일 없는 부동산을 지역특성에 맞는 아이디어 상품으로 개발해 임대수익과 차익을 거두기도 한다. 값싼 시골 폐가 몇 채를 사들여 농촌체험 숙박시설로 운영하며 임대상품으로 만들거나 국도변 농가를 사들여 전원카페 등으로 이용하기도 한다. 돌 많은 임야를 값싸게 사들였다가 석재는 되팔고 남은 땅은 전원주택으로 개발하거나 푹 꺼진 농지를 사들여 성토한 후에 대지나 공장부지로 되파는 방법으로 큰 수익을 챙긴다.
이 외에도 일반투자자가 손대기 어려운 난이도 높은 상품을 포트폴리오로 구성한다. 일반 투자 종목으로는 교환과 대물, 특별분양, 국공유지, 공사와 조합·기업 매물, 택지지구 체비지와 같은 틈새상품에서 이익을 남긴다. 경매의 경우 경쟁이 덜한 기간입찰, 상가와 공장, 첫 매각 물건, 대지권 없는 경매 공동주택, 불법건축물, 유치권과 법정지상권 성립 여지 있는 물건에서 고수익 포인트를 찾아낸다.
투자 귀재들이 노리는 틈새 투자종목은 다년간의 훈련된 투자경험과 숙련된 노하우에서 나오는 것이지 단순히 투자 요령만으로 얻어낸 결과가 아니다. 다양한 정보가 넘쳐나는 부동산시장에서 관심과 열정을 갖고 끊임없이 투자기법을 연마하고 전문지식을 쌓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부동산 외에도 금융과 법률, 경제 공부를 준전문가 수준까지 끌어올리며 새로운 투자처에 대해 호기심이 남다른 게 특징이다.
확신이 들고 검증된 투자처에만 돈을 묻고 과거의 가격에 집착하지 않는 것도 그들만 투자원칙이다. 투자에 쓰이게 될 중요 자료는 지역별, 종목별로 꼼꼼히 스크랩해두며 자치구의 홈페이지 중 입법·고시·공고 메뉴에서 첨부화일을 인쇄해 늘 탐독한다. 기존 개발 자료나 유효기간이 지난 케케묵은 개발지도와 자료도 투자 표본으로 쓰고 신규 개발계획과 신설도로 계획은 임장활동을 통해 철저히 분석하고 검증하는 부지런함을 무기로 삼는다.
기본적으로 세테크에도 정통하다. 되팔 때 절세를 생각해 비과세, 감면혜택 요건을 살펴 더 많이 남는 부동산을 찾아냄은 물론이다. 부동산 취득 때 가족 공동명의로 한다거나 양도할 때는 부동산 교환 등을 통해 비과세 혜택을 최대한 활용한다. 절세를 위해 1년에 한번만 양도하고 초과누진세율을 피하기 위해 그 다음해에 양도하는 등 미리 자신에게 유리한 양도시기를 파악해 투자하는 꼼꼼한 전략을 세운다.
꼼꼼한 '현장탐문'은 성공의 비결
중개업소와 지자체에서 고급정보 얻는다
부동산 투자에 있어 성공투자의 비결은 현장답사이다. 무늬만 전문가들은 탁상머리에서 귀동냥으로 개발정보를 찾아내지만 실전 전문가들은 약간의 호재만 발견하면 시간을 내 우선 현장부터 달려간다. 지역탐문과 함께 지역정보를 얻을만한 곳을 찾아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지난 개발정보나 귀동냥 정보는 사실 과장됐거나 잘못된 정보가 더 많다는 것을 실전 전문가들은 잘 알고 있다.
그중 내가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지역정보와 개발정보, 시장흐름을 얻기 위해 찾아가는 곳이 부동산 공인중개사사무소 탐문이다. 부동산중개업자는 그 지역 부동산전문가다. 반드시 현장답사 시 몇 군데 중개업자로부터 그 지역사정에 대해 자문을 구하는 과정은 필수코스이다. 개발사업이나 분양사업을 할 때 충분한 정보를 얻어내고 또 도움을 많이 받는 곳이기 때문이다.
지역 공인중개사로부터 지역정보를 얻을 때는 솔직한 질문으로 답을 유도하는 것이 좋다. 이 지역 일대 부동산에 관심이 있어 왔는데 자문을 구하고 싶다고 이야기하면 얼마든지 도움을 준다. 다만 신분을 밝히고 직업과 명함, 연락처를 알려주는 성의를 보여준다면 나름대로 투자가망 고객 또는 서로에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 우수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다.
예전 사회초년생 때 K컨설팅회사에 근무할 때 훈련 받은 것 중 하나는 요즘도 필자가 현장조사가 필요해 부동산업소를 방문해 의견을 물을 때는 기념품을 들고 가거나, 점심식사를 대접하며 이러저러한 잡다한 얘기를 하며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많다. 약간의 성의표시가 의외의 지역 내 자세한 정보를 얻는 데 큰 도움이 되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중개업소에는 예외 없이 그 지역 일대의 자세한 지번도가 붙어있는데 그 앞에서 지역특성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질문해보자. 손님이 적은 요즘에 중개업자는 고객을 위해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자세하게 브리핑해줄 가능성이 높다. 주변 블록별 지역의 지가 또는 집값의 형성도와 최근 거래가를 물어보면 지역시장을 파악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또 해당지역 내 부동산거래동향과 함께 분양률과 청약률, 공실률 등 기본통계에 대해 물어보자. 중개업소에는 최근 또는 지난 분양 또는 임대 팸플릿을 가지고 있다. 양해를 구해 구할 수 있다면 분양가에서부터 시설의 특성, 현재의 프리미엄 형성 정도를 알아낼 수 있다. 유사개발 사례조사에는 건물의 분양시기와 분양 전용율을 확인해보자. 만약 초기분양률이 높다면 이 지역의 부동산수요는 넉넉하다는 얘기이다. 그러나 그 반대라면 향후 당분간 수요는 정체상태라고 봐도 무방하다.
현장조사를 할 때 달랑 현장 근처 몇 군데만 보고 답사를 끝내기 보다는 해당 시군구 또는 읍면동 자치센터를 방문해 지역개발 또는 토지 담당자를 한번 찾아가보자. 공무원 중에는 민원인들에 대해 사무적으로 대하는 경우도 많지만 친절하거나 의식(?)있는 공무원을 만나면 의외의 수확을 거둘 수 있다. 그 지역사정에 정통한 공무원이 알려주는 정보는 알짜일 가능성이 크다.
다만 공무원을 만날 때 무턱대고 부동산투자를 위해 방문했다고 한다면 도움을 받기 어렵다. 나름대로 도움을 받기 위해 말하기 전략(?)이 필요하다. “지역 내 부동산을 가지고 있는데 향후 전망을 알아보고 싶다”거나, “현지 거주민인데 부동산 활용방안을 찾고 있다”고 이야기하면 도움이 되는 정보를 얻기 쉽다.
얼마 전 지방의 모 지자체에 부동산활용방안을 조사하기 위해 방문했는데 친절한 담당공무원이 그 지역 일대의 개발예정시설(건축허가대장 등)에 대해 열람시켜주며 향후 개발계획과 잠재력에 대해 자세히 알려줘 크게 도움 된 적이 있다. 관공서에 들른 김에 해당 부동산의 각종 공부(도시계획확인서와 건축물 및 토지대장)등을 떼보고 의문 나는 점은 즉시 공무원에게 확인해보는 것이 좋다.
또 지자체 자료실을 들러 도시기본계획이나 군(구)정보고, 통계연보, 행정통계자료 등 자료를 얻어두면 큰 도움이 된다. 일반적으로 자료반출이 어렵지 않지만 안 된다고 한다면 자료 복사신청을 해도 된다. 주로 주택과와 건축과(건축지도계 건축행정계)에서 자료를 얻을 수 있다면 좋다. 상가 투자 시에는 상공회의소의 산업관련 자료 및 통계자료를 얻고, 소방서의 시설별 층별 현황(방호과 예방계) 자료를 얻는다면 유용한 업종조사가 된다.
마지막 현장답사를 마친 후에는 지역정보지나 매물정보지를 종류별로 수집해 매물란에 나온 유사 매물의 시세형성 및 호가와 급매가 수준 등을 파악하자. 최소한 3군데 이상 중개업소에서 거래시세를 알아낸 후 객관적인 가격 형성대를 구해봐야 한다. 최근의 거래사례도 파악해 두는 것이 좋다.
어느 지역 부동산에 관심이 있다면 현장 답사 전 자세한 지도부터 한권 구입하자. 재미있는 것은 부동산투자자들은 수천에서 수 억 원하는 부동산을 투자하면서 의외로 지도 사는 데 인색하다. 실제 5000분의 1 지적약도에는 개별 부동산의 지번이 나온다. 현장에 가보지 않고도 1차적으로 해당 부동산의 입지와 상권 분석을 쉽게 할 수 있다. 길을 찾아가기 쉽고 어떤 입지와 상권에 속하는 지 미리 파악이 가능하다. 부동산 투자 시에 돈을 벌려면 제대로 된 지도부터 먼저 갖추라고 투자자들에게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