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 같던 신도시, 집값 주저앉는 이유
수도권 신도시가 주거 트렌드의 변화로 집 값 하락이 가팔라지자 주민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습니다.
수도권 신도시는 서울을 대체하는 계획도시로서 2000년대 초까지도 쾌적한 환경과 저렴한 집값, 상대적으로 좋은 교통여건으로 인해 인기를 구가했으나 부동산 하락 조정기에 돌입하자 1기 신도시는 물론, 2기 신도시까지 맥을 못 추고 있습니다.
한때 천국 같은 주거지로 치부됐던 신도시가 세인들로부터 멀어진 원인은 무엇일까요?
과공급과 경쟁지역의 출현
신도시의 인기저하 요인은 희소성의 상실입니다. 서울을 벗어난 몇 곳에만 지어진 전원형 도시가 신도시였습니다. 교외에 자리했으면서도 서울 진출입이 그리 어렵지 않았고 수용인구도 적정했습니다.
이처럼 인기가 높아지자 건설사들은 분당 주변으로 앞 다퉈 공급했고 일산이 좋다는 소문이 돌자 그 주변으로 지어댔습니다. 이들 신도시의 주택 가격 상승이 가파르던 2003-2006년 언론들은 신도시예찬을 했습니다.
이른바 주변지역 완전판매를 노린 건설사들의 영업 전략인 셈이었고 하루가 다르게 호가가 치솟자 당시 정부는 폭등 지역 주변으로 2기 신도시 공급을 발표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평촌 중동 산본이 현재 분당이나 일산보다 고점 대비 하락률이 덜한 점이 이를 잘 설명합니다.
기존 신도시 자체는 당초의 계획성을 유지했으나 주변의 개발로 인해 전체적 환경이 피폐해졌으며 더욱이 지근거리에 출현한 2기 신도시와 서울 접근성이 뛰어난 보금자리 주택 공급으로 인해 도시의 구심성조차 흔들리게 된 것입니다.
교육환경의 변화
1기 신도시 초기 입주민들의 상당수가 신혼부부를 비롯한 젊은 계층이었습니다. 고학력 젊은 계층의 유입으로 신도시는 교육열풍의 진원지가 됐습니다.
하지만 이들 젊은 계층이 어느덧 40대 중반으로 접어듦에 따라 교육환경에도 변화가 생겼습니다.
이들 초기 입주자 자녀들이 중고교생이나 대학생이 되면서 전입보다는 전출요인이 발생하게 된 것입니다.
주요 대학 대다수가 서울에 위치한데다 상위권 특목고와 자율형 사립고마저 서울에 집중 배치돼 신도시가 자랑해온 특유의 교육여건도 상당 부분 메리트를 잃게 됐습니다.
지난해 경기지역에서만 신입생을 선발한 용인외고가 올해 자율고로 전환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생활양태의 변화와 외국사례
신도시가 인기였던 1990년대와 2000년 초중반까지 한국 사회는 외벌이가 추세였습니다.
아내는 전업주부로 자녀교육에 전념하고 남편은 회사원으로 가계를 담당하는 게 전형적 중산층의 표본이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주택 신규 구매층으로 등장한 30대들은 맞벌이를 선호합니다. 이들 역시 신도시의 쾌적함을 동경하지만 현실에 타협해 직장 부근의 편의성을 쫓게 됐습니다. 더욱이 서울도 지자체마다 과거 신도시에서나 볼 수 있었던 각종 편의시설을 경쟁적으로 도입했습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미국 중산층이 도시 근교에 주거터전을 마련한 사례를 놓고 한국에서도 신도시가 중산층 주거지라고 선전하고 있으나 이는 도시 개발 역사를 제대로 못 읽었기 때문입니다.
미국 도심이 무너진 것은 노예해방으로 잉여 노동력이 된 흑인들을 도시 산업 일꾼으로 고용하다가 자동차 대중화 시대로 장거리 출퇴근이 가능해지자 중산층 백인 가정이 넓은 집을 을 찾아 외곽으로 주거지를 옮기면서 도심이 슬럼화 된 역사적 배경을 무시한 것입니다.
실제로 도심 흑인 문제가 동부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서부 대도시 도심 집값은 외곽보다 매우 비싸고 헬싱키 바르셀로나 등 유럽 대도시 도심 주택은 지금도 상당한 가격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불황일수록 환경보다는 교통 등 편리성을 찾는 것이 부동산 원칙입니다.
한때 일산 가격이 마포보다, 분당이 송파나 광진 보다 비쌌던 한 것은 이들 구매계층이 부동산의 절대적 가치에 잠시 혼돈을 일으킨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당시에는 분명히 신도시 트렌드가 수도권 주거문화를 지배했던 게 사실입니다.
신도시의 가치는 사라졌는가
신도시의 강점이 일부 훼손됐다고 계획도시로서의 장점이 완전히 상실된 것은 아닙니다.
자녀가 어린 외벌이 샐러리맨 가정에게 신도시만한 주거지는 많지 않습니다.
조만간 광역교통망이 완성되면 출퇴근이 현재에 비해 다소 숨통이 트이는 데다 유아나 아동을 보육하는 데 신도시만한 환경이 흔치 않은 게 사실입니다.
집을 투자의 눈으로만 바라보지 말고 거주에 만족하며 훗날을 꾀하기는 더없이 좋은 곳이 신도시라고 봅니다.
또한 신도시 주변 지가의 상승세와 현재의 집값의 하락세를 비교해 매수든 매도든 결정하는 게 지혜로운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분당은 인근에 용인 광교 판교 그리고 송파 신도시를 두고 있으며 일산은 행신 화정에 삼송신도시 파주, 그리고 상암 신도시를 두고 있습니다.
이들 신도시가 완성된 뒤 중심도시로 자리매김할 곳과 생활특성에 맞는 권역별 중심지에 그칠 곳이 분명히 있습니다.
이를 잘 읽고 대처하다 보면 언젠가 신도시가 예전만큼은 못하더라도 다시 주목받을 날이 올지 모릅니다. 그 것이 돌고 도는 세상사 이치 아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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