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형 생활주택 `지분 쪼개기` 먹잇감으로
수십 채로 잘게 쪼개기 쉬워
양평ㆍ망원 등 투기수단 악용
서울시 '면적 제한' 삭제한 탓
서울 양평동4가에 대지 198㎡ 짜리 낡은 단독주택을 사들인 A씨는 지난 7월 이곳에 5층짜리 원룸형 다세대주택 16채의 신축허가를 받았다. 서울시가 이 지역을 초고층 아파트를 지을 수 있는 '한강변 유도정비구역'으로 개발하겠다고 발표하자 분양권을 더 받기 위해 신축을 통한 '지분 쪼개기'에 나선 것이다.
A씨는 지난달 다세대주택을 도시형 생활주택으로 설계를 바꿔 신축 규모를 24채로 늘렸다. 층(2~5층)마다 4개였던 원룸은 6개로 증가했다. 원룸형 도시형 생활주택의 주차장 설치기준(세대당 0.2~0.8대)이 다세대주택(세대당 0.7대 또는 1대)보다 느슨했기 때문에 지분 쪼개기가 가능했다.
◆투기 수단으로 쓰이는 도시형 생활주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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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서울시의 '도시형 생활주택 사업승인 현황'자료에 따르면 지난 9월부터 두 달간 서울 망원유도정비구역(망원 · 합정동 일대) 내에서 6건의 도시형 생활주택이 마포구청으로부터 건축허가를 받았다. 신축 주택은 12~16채 규모의 원룸형 도시형 생활주택이다.
서울 양평 유도정비구역 내 양평동 4가와 6가에서도 지난 8~10월 6건의 도시형 생활주택 건립이 허용됐다. 16~28채 규모다. 이들의 상당수는 당초 다세대주택으로 건축허가를 받았다가 세대수를 더 늘리기 위해 도시형 생활주택으로 건축허가를 다시 받았다.
재개발 컨설팅업체 관계자는 "구청의 건축허가 제한이 이뤄진 자양동을 제외한 모든 유도정비구역에서 도시형 생활주택을 활용한 지분 쪼개기가 나타나고 있다"며 "지분 쪼개기를 제한한 서울시 조례가 사라진 게 근본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서울시는 지난 4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위반을 우려해 2008년 7월30일 이후 건축허가 받은 주택은 전용면적이 60㎡를 넘어야 아파트 분양권을 취득할 수 있도록 한 정책을 폐기했다.
면적과 관계없이 분양권을 받을 수 있게 되면서 지난 7월부터 유도정비구역에서 60㎡ 이하의 원룸형 다세대 신축이 활발하게 진행됐다. 최근엔 도시형 생활주택을 통한 지분 쪼개기가 확산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유도정비구역은 재개발 대상이 아니다"며 "재개발이 이뤄질 것이란 지분 쪼개기 업자들의 말을 믿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재개발 지연 등 부작용 우려
지분 쪼개기 업자들은 나중에 아파트 분양권을 받을 수 있고 재개발 이전에는 전 · 월세를 놔 임대수익도 올릴 수 있다며 도시형 생활주택을 팔고 있다.
그러나 지분 쪼개기가 늘어나면 노후도 요건(전체 건물의 60%)을 맞추지 못해 재개발 자체가 아예 불가능해지거나 지연될 수 있다고 부동산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개발이 되더라도 조합원수 증가로 수익성이 낮아져 원주민들이 피해를 보게 된다.
도시형 생활주택 보급을 유도하고 있는 국토해양부나 서울시가 지분 쪼개기로 악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재개발 지분 부여 자격을 없애는 방향으로 법령과 조례를 개정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재개발 전문 컨설팅업체 관계자는 "쪼개기에 대한 아무런 대책도 없이 성급하게 발표된 서울시의 개발 계획이 문제"라며 "건축허가제한 근거 마련 등 도시형 생활주택이 투기꾼들에게 악용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대책이 하루 빨리 나와야 한다"고 지적했다.
투자자들 민·형사 소송제기 `법정비화` … `지분쪼개기` 심각한 후유증
재개발과 뉴타운 후보지에서 아파트 입주권을 노리고 성행하는 '지분 쪼개기'가 곳곳에서 심각한 후유증을 낳고 있다.
24일 서울시청과 업계에 따르면 일부 투자자가 단독주택을 허물고 다세대주택이나 오피스텔을 분양한 건축업자를 상대로 민사소송과 함께 형사고발키로 해 법정싸움으로 비화될 조짐이다.
서울 강서구 화곡동 주민들은 '지분 쪼개기용' 신축 건물의 허가를 중단해줄 것을 요청하는 주민청원을 강서구청에 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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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숨 쉬는 투자자들
서울 용산구에 거주하는 최인자씨(가명)는 요즘 한숨만 나온다.
집 근처에 신축 중인 근린상가 20평짜리 점포를 올 봄 매입,잔금 청산만을 앞두고 있다.
그런데 서울시에서 최근 근린상가에는 재개발이 되더라도 아파트 입주권을 주지 않겠다고 발표한 것.최씨는 가만히 앉아서 수억원을 날릴 처지다.
매입 당시 분양업체가 상가지만 주민등록을 옮기고 무조건 살면 나중에 입주권이 나온다는 말에 솔깃했던 게 화근이었다.
최씨는 "업체만 믿고 대출까지 받아 샀는데 이제 와서 입주권을 안 준다고 하면 어떡하느냐"며 "건축업체나 서울시를 상대로 소송이라도 하겠다"고 말했다.
최근 재개발 예정지 내 아파트 입주권을 노리고 신축 오피스텔이나 상가 지분을 구입한 투자자들의 문의와 항의가 서울시청과 관할 구청에 빗발치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다세대주택과 상가의 지분 쪼개기 전문업자를 통해 해당 지분을 샀으며 업자들은 성공적인 분양을 위해 아파트 입주권 보장 등을 내세운 것으로 밝혀졌다.
◆서울시 입장과 법률대응
서울시 법무담당관 관계자는 "사실상 불법으로 용도 변경한 사람들의 법익을 보호하기 위해 예외 규정을 둘 수는 없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업자의 말만 믿고 투자한 투자자들은 업자를 상대로 형사고소(사기 혐의)와 함께 매매대금 반환청구 소송을 내는 것 말고는 손해를 만회할 길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최광석 변호사는 "증거 확보 등을 위해 민사소송과 함께 형사고소도 할 수 있다"며 "하지만 업자가 사기를 쳤다는 사실 증명을 매수인이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입주권이 나온다는 광고 전단지 같은 것을 보관하고 있다면 증거로 활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강서구청에 청원까지
강서구 화곡동과 등촌2동 주민들은 지분 쪼개기용 신축 건물의 허가를 중단해줄 것을 요청하는 주민 서명을 받아 다음 달 강서구청에 주민 청원을 내기로 했다.
'강서구 주택신축허가 제한 연대추진위원회'(위원장 이우궁)는 "최근 강서구청을 방문해 지분 쪼개기에 무대책으로 일관하는 행정당국에 대한 항의 시위를 벌였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일부 건축업자들이 무분별하게 빌라를 지어 건물 노후도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해 재개발이 무산되는 일이 강서구에서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재개발 예정지 `지분 쪼개기` 극성]
조합원 갑자기 늘어난 곳 피하는 게 상책
서울 등 수도권에서 뉴타운ㆍ재개발 후보지마다 지분 쪼개기가 극성을 부리면서 뉴타운(재정비 촉진지구) 투자 위험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자칫 뉴타운 개발이 더뎌져 수억원의 목돈만 장기간 묶일 수도 있다는 전문가 충고가 잇따르고 있다.
지분 쪼개기가 이뤄진 주택을 사는 것은 무엇보다 뉴타운 후보 지역의 노후 주거 비율을 떨어뜨려 지구 지정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위험하다.
서울에서는 노후 주택 비율이 60%를 넘어야 뉴타운으로 지정될 수 있다.
지분 쪼개기를 통해 신축 다세대주택이 늘어나면 이 비율이 그만큼 떨어진다.
입주권을 노린 지분 쪼개기가 낙후 지역의 주거환경 개선을 되레 가로막는 최대 걸림돌이 될 수 있다.
투자자는 물론 원주민까지 피해를 볼 수 있다.
지분 쪼개기로 조합원 수가 급증하는 것은 피하는 게 상책이다.
조합원이 많을수록 추가 부담금이 덩달아 커지기 때문이다.
조합원이 늘어나 일반분양 물량이 줄면 수익성이 떨어진다.
실제 관리처분 단계에서 지분 값이 당초 예상보다 낮게 책정되는 바람에 추가 부담금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조합원 간 갈등을 부르고 결국 새 아파트 입주를 포기하는 사례도 많다.
지분 쪼개기가 많은 뉴타운 후보 구역과 이곳에 들어선 전용 40㎡ 이하 소규모 신축 다세대주택은 피하는 게 좋다.
사업 추진 현황도 꼼꼼히 파악해야 한다.
뉴타운에 투자하려면 후보 지역보다 1~3차 뉴타운 가운데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받는 등 사업 속도가 빠른 곳을 고르는 게 낫다.
사업 지연이나 추가 부담금 위험이 덜하기 때문이다.
이 때도 지분 매입가격이 주변 시세보다 지나치게 비싼 곳은 조심해야 한다.
다가구에서 다세대로 전환된 주택은 2003년 12월30일 이전에 전환을 마쳤어야 전용 60㎡ 이하 입주권을 받을 수 있다.
건축물 대장이나 등기부 등본을 살펴 전환(구분등기) 일자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김규정 부동산114 차장은 "관리 처분 때 지분의 감정평가액이 낮아질 수 있는 만큼 지분 가격이 개별 공시지가의 130% 이내에서 형성돼 있어야 안전하다"고 말했다.
[재개발 예정지 `지분 쪼개기` 극성]
단독·다세대주택 이어 상가까지 번져
23일 서울 용산구 한강로2가 용산우체국 뒤편 골목.원래 단독주택과 연립주택이 밀집한 이곳에는 작년부터 쪽방 형태의 방들로 구성된 소형 신축 오피스텔이 우후죽순 들어서고 있다.
이들 건물의 경우 건축 허가는 근린생활시설로 받았음에도 사실상 주거용으로 쓰고 있다.
인근 K공인 관계자는 "다세대 주택으로 건축 허가를 받기 어려워지자 오피스텔 음식점 등 근린생활시설을 지어서 주거용으로 분양하는 '신종 지분 쪼개기'가 작년부터 성행하기 시작했다"면서 "이곳은 2년 전까지만 해도 총 가구 수가 400가구 정도에 불과했는데 지분 쪼개기가 급증하면서 최근엔 1300~1400여가구로 급증했다"고 전했다.
◆한강로2가 최근 400가구에서 1400가구로
현재 이들 편법 오피스텔 가격은 서울시의 '입주권 공급 불허' 대책 발표 이전까지는 3.3㎡당 8500만~1억원에 달했다.
노후 주택 밀집 지역에서 헌 집을 사서 지분 쪼개기 신축을 하는 대부분의 개발업자들은 자신들의 주택에 대해 "임대 수익과 함께 나중에 재개발시 아파트 입주권을 받을 수 있다"고 선전하면서 내집 마련 실수요자나 순진한 투자자들을 현혹시키고 있다.
최근 2년간 지분 쪼개기 열풍이 불었던 강남구 개포4동(옛 포이동) 일대의 경우 단독주택을 다세대주택으로 신축한 반지하층 지분을 사려면 현재 3.3㎡(1평)당 2500만원은 줘야 한다.
◆원주민 지분 쪼개기 봉쇄 나서
강서구 화곡동에서는 지분 쪼개기를 막기 위해 아예 동네 주민들이 나섰다.
'강서구 주택신축허가 제한 연대추진위원회'란 이름의 단체는 "일부 건축업자들이 무분별하게 빌라를 짓고 있다"며 "주민 서명을 받아 강서구 내 주택 건축허가 제한을 청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화곡6동에 사는 정만영씨는 "강서구 내에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빌라가 지어지고 있다"며 "해가 지날수록 재개발 등의 시점이 가까워져야 하는데 건물 신축으로 오히려 멀어지고 있다"며 개탄했다.
그러나 마포구 합정동이나 도봉구 창동,성동구 성수동,용산구 서계동 청파동 등 서울 강북 지역과 인천 도심지 등 재개발이 예상되는 곳에서 이 같은 지분 쪼개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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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주권 두고 서울시와 갈등 심화
이러한 지분 쪼개기는 향후 재개발시 사업 추진에 커다란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4차 뉴타운 추가 지정시 이들 지역에서 이뤄진 지분 쪼개기가 부메랑이 돼 아예 노후도 요건 등 지정요건 자체가 충족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과거 성동구 금호11구역의 경우 재개발 조합원이 건립 예정 가구 수보다 많아져 사업 자체가 무산될 위기에 놓인 적이 있었다"면서 "다행히 조합 집행부가 지분이 적은 조합원에게 현금 청산을 유도해 그나마 사업이 진척될 수 있었지만 이런 조합원이 너무 많으면 이마저도 힘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가 뒤늦게 근린생활 시설로 신축해 지분을 쪼갠 경우에 대해서는 아파트 입주권을 인정하지 않겠다며 규제에 나섰지만 논란의 여지가 많다.
용산구 청파동 A공인 장모 대표는 "과거 일부 구청에서 슈퍼마켓 등 근린생활 시설을 주거용으로 사용하더라도 재개발시 아파트 입주권을 줬던 사례가 있다"며 "서울시가 사실상 주거용으로 사용되는 건축물에 대한 규정을 없애면서 이를 소급 적용한다면 향후 투자자들의 소송이 봇물을 이룰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유권 해석을 통해 불법 용도 변경한 건축물에 대해서는 재개발시 무조건 현금 청산을 하도록 하고 있다"면서 "이번 조례 개정은 이러한 유권 해석을 명문화하는 것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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