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에 사는 박모씨는 최근 농협대표번호로 표시된 전화번호에서 걸려온 보이스 피싱 때문에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평소 농협을 거래하는 박씨 휴대폰으로 농협의 대표번호로 표시된 전화가 걸려와 "농협직원인데 다른 사람이 박씨의 통장을 들고와 돈을 찾으려 하고 있으니, 자금 인출을 막으려면 주민등록번호와 계좌번호를 불러달라"는 것이었다.
다행히 박씨는 농협직원을 사칭한 사람의 어눌한 말투를 알아채 전화사기를 의심해, 바로 전화를 끊은 뒤 인터넷으로 자신의 통장을 확인해 금전피해는 막았다.
그러나 박씨는 어떻게 금융사기범들이 휴대폰에 농협대표번호를 발신번호까지 표시하며 전화사기(보이스피싱)를 시도할 수 있는지 불안감에 시달리게 됐다.
최근 시중 대형은행이나 신용카드회사, 경찰청, 우체국 등 널리 알려진 공공기관의 대표번호를 휴대폰 발신번호(CID)로 조작해 표시하는 보이스피싱 범죄가 급증하고 있다.
25일 방통위는 "인터넷전화를 이용해 우체국, 경찰청 등 공공기관의 전화번호를 사칭해 보이스피싱을 시도하는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어 국민들의 주의가 필요하다"며 "정부 차원에서 통신업체들과 함께 발신번호 조작을 방지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는 등 적극적인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경찰청 추산에 따르면 보이스피싱은 지난 5년간 연간 5200여건씩 총 2만6000여건의 범죄가 발생해 누적 피해규모만 2600억원에 달하는 사회문제로 부상하고 있다.
방통위는 "최근 보이스피싱 범죄자들은 인터넷전화에 발신번호를 조작할 수 있는 기계장치를 연결해 공공기관의 대표번호를 사칭하는 등 수법이 교묘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반인들은 휴대폰으로 문자메시지를 보낼 때 외에는 발신번호를 조작하기 어렵지만 범죄자들은 번호조작용 기계장치를 별도로 부착해 사용하면서 국내 모든 공공기관이나 금융회사의 대표번호를 범죄에 악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보이스피싱 번죄자들은 공공기관이나 금융회사 대표번호를 인터넷을 이용해 알아내고 수백개의 대표번호를 범죄에 활용하고 있다는 게 방통위 분석이다.
특히 범죄자들이 일상적으로 이용하는 인터넷전화는 국제전화를 걸더라도 받는 사람의 휴대폰에 국제전화라는 것이 표시되지 않아 일반인들은 보이스피싱 전화를 가려내기가 쉽지 않다는 게 방통위 설명이다.
이 때문에 방통위는 "평소 거래하는 은행이나 증권사는 물론 공공기관으로 표시되는 전화번호에서 전화가 걸려오더라도 무조건 믿지 말고, 주민번호나 계좌번호 같은 민감한 개인정보나 금융정보를 요구하는 경우에는 일단 전화를 끊은 뒤 해당 기관이나 금융사에 다시 전화를 걸어 사실확인을 해야 한다"고 국민들의 주의를 당부했다.
또 방통위는 경찰청·통신업계와 함께 아예 기술적으로 발신번호를 조작하지 못하도록 교환기 시스템을 보강하는 등 기술적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