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맞는 골프클럽 선택법
지난 해 여름 골프를 시작한 백모씨(33). 집 근처 동네 연습장에서 골프 레슨을 받기 시작한 그는 얼마 지나지 않아 풀 세트를 구입했다. 그가 구입한 제품은 상급자용으로 출시된 T사의 드라이버와 아이언. 하지만 그는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클럽을 바꿔야 했다. 스윙을 배우고 익히는 과정에서 시간이 지날수록 클럽과 궁합이 맞지 않는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백씨와 같은 시행착오를 겪는 아마추어 골퍼들이 많다. 주위 권유로 또는 신제품 광고를 보고 솔깃해 제품을 구매했다가 다시 재 구매를 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다면 나와 궁합이 맞는 클럽을 선택하기 위한 방법은 무엇일까.
한국골프지도자협회 피팅 자문위원인 길제성 피터는 "주위의 이야기만 듣고 클럽을 선택할 게 아니라 자신만의 스윙이 생긴 뒤 클럽 구매에 나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클럽을 선택하는데 있어 가장 중요하게 고려되는 것이 스윙 궤도와 스피드, 템포와 같은 요소. 때문에 어느 정도 스윙이 자리잡히지 않은 상태에서 들쭉날쭉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클럽을 선택했다가는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은 것처럼 불편하고 어색한 느낌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우선 골프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초보 골퍼라면 실내 연습장의 연습용 클럽을 이용하거나 중고 클럽을 구매해 사용하는 것이 시행착오를 줄이고 알뜰한 골프를 즐길 수 있는 길이다. 중고 클럽을 이용할 때는 1∼2년 사용 후 다시 되팔 것을 감안하고 시장에서 인기 있는 대중적인 모델을 선택하는 것도 중요하다.
3∼5개월이 지나 어느 정도 스윙이 몸에 벤 뒤에는 스윙을 체크받는다.
최근 붐이 일고 있는 클럽 피팅은 내 스윙을 분석한 뒤 나에게 맞는 클럽을 처방받는 과정이다.
클럽 피팅하면 '골프를 잘 하는 사람들이나 이용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골퍼들도 많지만 피팅은 어느 정도 수준에 있는 골퍼들만의 전유물은 아니다. 초보자는 물론 상급자라도 자신의 체형과 스윙에 맞는 클럽을 고르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인 것.
길제성 피터의 말이다.
"자신의 체형과 스윙에 맞지 않는 클럽을 사용하면 일관된 스윙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초보자와 상급자를 막론하고 클럽 구매를 고려하고 있다면 반드시 스윙 분석을 받아보는 게 좋다. 클럽 피팅 과정은 병원에 가는 것과 마찬가지 이치다. 내 몸의 상태가 어떤지, 어디를 고쳐야 할 지 피터와 상담하고 나에게 맞는 처방을 받음으로써 더 나은 골프를 즐길 수 있다."
병원에 갈 때 자신의 몸 상태를 알아야 더 빠른 진단을 받을 수 있듯 효율적인 피팅을 받고 싶다면 자신의 스윙을 어느 정도는 알고 있어야 도움이 된다.
첫째, 자신의 구질 정도는 정확히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볼을 똑바로 보내는지, 드로(Draw·볼이 직선으로 날아가다가 약간 왼쪽으로 휘어나가는 것), 페이드(Fade· 볼이 직선으로 날아가다가 약간 오른쪽으로 휘어나가는 것) 구질인지 알아야 피팅을 받을 때 도움이 되기 때문. 본인이 파악하기 힘들 경우 프로나 동반자에게 도움을 청해 자신의 구질을 파악하면 된다.
둘째, 자신이 원하는 것을 피터 또는 골프 숍 직원에게 정확히 이야기해줘야 한다.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잊고 클럽 피터의 의견을 그대로 수용하는 수동적인 아마추어 골퍼들이 꽤 많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고르는 클럽이라고 해서 자신에게도 좋은 클럽은 아니며 자신이 원하는 바를 구체적으로 이야기할 때 만족스런 클럽을 구매할 수 있게 될 확률은 그만큼 커진다.
셋째, 컨디션이 나쁠 때는 스윙 분석을 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싱글 핸디캐퍼 수준의 골퍼들도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는 갑자기 생크(Shank·볼이 클럽 헤드의 목 부분에 맞아 방향이 틀어지는 샷)를 내는 일이 다반사. 때문에 피팅의 효과를 극대화시키려면 컨디션이 좋을 때 피팅을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클럽을 구매하기에 앞서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요소는 또 있다. 클럽에 대한 '느낌'이 그것.
느낌이란 것은 구체적으로 수치화하기 어렵지만 내 몸에 맞는 클럽을 찾는 데 있어 빠뜨릴 수 없는 중요한 요소다. 프로 골퍼 대부분이 자신만의 느낌을 찾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도 그런 이유다.
좋은 느낌의 클럽을 고르기 위해서는 정보만 보고 들은 뒤 클럽 선택을 결심할 게 아니라 직접 골프 숍에 가서 시타용 클럽을 테스트해보는 것이 좋다. 드라이버의 경우 헤드 페이스의 느낌과 소리를 체크한다거나 아이언은 헤드 소재에 따라 부드러운지 딱딱한지, 샤프트와 그립의 느낌은 어떤지 체크하면서 '필이 꽂히는' 클럽을 찾아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길제성 피터는 "느낌이 좋은 클럽을 찾는 과정은 골퍼 개인이 할 수도 있겠지만 경험 많은 클럽 피터들의 도움을 받아 각각의 헤드와 샤프트의 느낌을 분류할 때 더 쉽게 찾을 수 있다. 따라서 만약 클럽을 테스트해보고도 일관적인 느낌을 얻지 못한다면 피팅 센터를 방문해 전체적인 클럽의 느낌을 조정받으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본격적인 골프 시즌이 돌아오면서 각종 신제품이 쏟아지고 있다. 클럽 구매 계획을 가지고 있거나 또 겨우 내 묵혀뒀던 클럽을 점검하고 싶은 골퍼라면 스윙 분석을 해 볼 것을 권한다. 자신의 구질, 좋아하는 클럽의 무게감, 임팩트 시 느낌 등을 감안하고 클럽 피터 또는 골프 숍 직원과 상담한다면 나에게 꼭 맞는 클럽을 발견할 수 있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