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노트/부동산정보]부동산 침체 탈출구인가 아님 또 하나의 투기상품인가? 수재블[구미/지방/원룸/다가구주택/매매]정보제공
부동산 침체 탈출구인가 또 하나의 투기상품인가
지난달 10일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이코리아리츠'는 증시가 열리자마자 상한가를 기록해 공모가(5000원)에서 정확히 15%가 오른 5750원에 장을 마감했다.
다음 날부터 6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더 기록한 이코리아리츠는 상장한 지 8거래일째인 3월 21일엔 1만4400원으로 최고가를 기록했다.
10여일 만에 주가가 무려 세 배 가까이 오른 것이다. 급등한 주가는 다음 날부터 내리막길로 접어들어 보름 남짓 지난 6일 현재 9000원 안팎에서 거래되고 있다.
이코리아리츠는 지난해부터 부동산 시장에서 인기를 끄는 자기관리 리츠(REITs·Real estate investment trust·키워드)다. 부산시 수영구 민락동에서 소형주택과 오피스텔을 분양·임대할 계획을 가진 이코리아리츠는 내년 이후에나 이익이 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권이 프로젝트 파이낸싱(Project Financing·부동산 개발사업의 수익성을 담보로 자금을 지원하는 금융 기법) 심사를 강화하자 리츠가 개발사업의 새로운 돈줄로 부상하고 있다.
리츠의 최대 장점은 주식시장에 상장해서 일반인을 대상으로 유상증자를 해 자금을 끌어모을 수 있다는 점이다. 개발사업을 하려는 업체는 금융시장 여건과 관계없이 리츠로 사업비를 조달할 수 있고, 개인 투자자들은 소액으로 부동산에 투자하면서도 언제든지 주식시장에서 리츠 주식을 사고팔아 이익을 회수할 수 있다.
그러나 뚜렷한 이유 없이 리츠의 주가가 급등락하고 상장한 지 6개월 된 리츠가 감사의견 '한정'을 받고 관리종목으로 지정되는 등 투기 시장으로 전락하는 모습도 나타나고 있다. 국토해양부는 리츠의 투기적 요소를 막고 리츠가 안정적으로 개발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앞으로 리츠의 상장요건을 엄격하게 적용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리츠 개수 3년 사이 3배 늘어
리츠는 2001년 '부동산투자회사법'이 만들어지면서 도입됐다. 초기엔 기업들이 구조조정을 하기 위해 내놓은 부동산을 매입해 수익을 내는 '기업구조조정 리츠(CR리츠)'나 일반 오피스 빌딩을 사들여 임대수익을 거두는 '위탁관리형 리츠'가 주류를 이뤘다. 이들 리츠는 소수의 기관 투자자가 돈을 내면, 별도의 자산관리회사가 빌딩 등을 운영하면서 임대수익을 투자자에게 배당하는 방식이다.
최근엔 일반 시행사와 비슷한 역할을 하는 자기관리 리츠 설립이 늘고 있다. 자기관리 리츠는 상근 임직원이 직접 도시형 생활주택·오피스텔 건립 등의 부동산 개발사업을 진행하는 회사다. 금융권에서 자금조달이 어려워지자 일반인을 대상으로 자금을 모으려는 것이다. 2009년 6월 2개에 불과했던 '자기관리 리츠'는 3월 현재 16개로 늘었고, 올 들어 영업인가를 신청한 곳만 7개에 달한다. 전체 리츠의 자산 규모도 2008년 5조9000억원에서 현재 8조원에 육박하고 있다. 리츠 시장이 성장한 데는 정부가 규제를 완화한 영향도 크다. 대표적인 게 상장 절차다. 일반기업이 상장하기 위해선 자본금, 매출액 등 10가지 이상의 양적 요건 심사와 기업의 계속성, 지배구조 투명성 등의 질적 요건 심사를 거쳐야 한다.
그러나 리츠는 양적 요건 4~5가지만 충족하면 된다. 한국거래소의 송영훈 상장제도팀장은 "리츠는 일반기업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상장절차가 단순하다"고 말했다.
◆'묻지마 투자'로 5000원짜리 주식이 보름 사이 3만원 되기도
정부가 리츠를 증시에 상장시킨 이유는 일반 국민에게 적은 자금으로 부동산에 투자할 기회를 주고, 부동산을 유동화해 거래를 활성화시키려는 목적이었다. 국토부의 백기철 부동산산업과장은 "투기적인 부동산 시장을 건전한 투자시장으로 바꾸려는 이유도 있다"고 말했다. 상장된 리츠는 삼성전자나 포스코 주식처럼 주식시장에서 사고팔 수 있다. 그러나 뚜렷한 실적이 없는데도 리츠 주가가 과도하게 급등락해 '건전한 투자시장'과 거리가 먼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개인 투자자들이 리츠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5월 '골든나래리츠'가 주식시장에 상장하면서부터다. 공모가격이 5000원인 골든나래리츠는 상장 첫날 공모가격의 2배인 1만원에 시초가(최초로 결정되는 주가)를 형성하더니 보름 동안 주가가 3만원까지 치솟았다. 회사 관계자조차 "과열된 측면이 있는 것 같다"고 말할 정도였다. 이 회사의 지난해 매출액은 22억9500만원이었고 33억7500만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부동산 개발사업은 사업기간이 길어 수익 발생 시기가 늦은 탓이다. 이 주식은 현재 1만2000원대로 내려앉았다.
지난해 9월 상장한 '다산리츠'도 공모가격은 1000원인데, 2300원까지 기록했다가 지금은 600원대로 떨어졌다. 정점에서 주식을 매입한 사람은 큰 손해를 본 셈이다. 특히 다산리츠는 상장한 지 6개월 만에 감사의견 '한정'으로 관리종목으로 지정됐다. 한국거래소 공시제도팀의 박태일 차장은 "관리종목 지정은 상장폐지가 될 수 있으니 주의하라는 경고"라고 설명했다.
◆칼 빼든 정부…"시장 위축될 것" 우려도
영업인가를 신청하는 자기관리 리츠가 늘고 주식시장에서도 불안한 모습을 보이자 결국 정부가 칼을 빼들었다. 국토부는 최근 자기관리 리츠의 최저 자본금 70억원을 모두 사모(私募)로 하라고 업체에 통보했다. 지금까지는 '자본금의 30% 이상을 공모로 해야 한다'는 규정만 있었을 뿐 사모와 공모의 비율에 관해 특별한 가이드라인이 없었다. 사모 투자자는 주식이 상장돼도 1년간 팔 수 없기 때문에 공모보다 투자자를 모집하기가 더 까다롭다. 공모 참여자는 상장 즉시 주식을 팔 수 있다.
당장 업계에는 불똥이 떨어졌다. 올 초 영업인가를 신청한 한 리츠의 관계자는 "당초 사모 30억원, 공모 40억원으로 맞출 계획이었는데 40억원을 더 준비해야 하니 막막하다"며 "개발사업은 빌딩투자처럼 수익을 예상하기 쉽지 않아 자금이 1년간 묶이는 사모로 들어올 사람을 찾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영업인가를 기다리는 또 다른 리츠 관계자는 "사모로 70억원을 모으고 자본금의 30%를 공모로 조달하려면 사실상 최저 자본금이 100억원으로 늘어나는 셈"이라며 "다른 회사도 혼란스러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리츠에 대한 관리·감독이 필요하지만, 단기적으로는 시장이 위축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부동산자산 관리업체인 저스트알의 김우희 상무는 "중소 리츠회사들이 급속하게 늘면서 사고가 발생할 위험도 커진 게 사실"이라며 "그러나 아직은 시장이 형성되는 단계이기 때문에 강하게 제재하기보다는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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