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미납 차임, 관리비, 보증금에서 당연공제될 수 있나?
임대차계약과정에서 장기간 임대료나 관리비가 연체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임대료나 관리비채권은 민법상 3년의 단기소멸시효에 해당되어 체납한지 3년이 지나면 받지 못할 수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임대인이 임대료나 관리비청구를 제 때 정리하지 않는 이유 중 하나는 시간이 지나더라도 결국 임대차보증금에서 공제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3년 이상 체납된 임대료나 관리비채권이라도 소멸시효기간에 관계없이 임대차보증금에서 당연 공제할 수 있을까?
이 점에 대해서는 아직 대법원 판결은 없고, 하급심판결의 견해는 양분되고 있다.
관련판결을 차례로 소개한다.
먼저, 3년 이상 체납되었다면 소멸시효에 해당되어 임대차보증금에서 공제할 수 없다는 판결이다. 대구지방법원 경주지원 2011. 1. 4.선고 2010가단4649 임대차보증금 판결인데, 이 사건은 임차인이 임대인을 상대로 임대차보증금을 청구한 사안에서, 임대인인 피고가 체납관리비공제항변을 한데 대해 법원은, “-- 무릇, 임대차계약에 있어 임대차보증금은 임대차계약 종료 후 목적물을 임대인에게 명도할 때까지 발생하는, 임대차에 따른 임차인의 모든 채무를 담보하는 것으로서, 그 피담보채무 상당액은 임대차관계의 종료 후 목적물이 반환될 때에,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별도의 의사표시 없이 보증금에서 당연히 공제되는 것이므로, 임대인은 임대차보증금에서 그 피담보채무를 공제한 나머지만을 임차인에게 반환할 의무가 있다. 임대차계약의 경우 임대차보증금에서 그 피담보채무 등을 공제하려면 임대인으로서는 그 피담보채무인 연체차임, 연체관리비 등을 임대차보증금에서 공제하여야 한다는 주장을 하여야 하고 나아가 그 임대차보증금에서 공제될 차임채권, 관리비채권 등의 발생원인에 관하여 주장·입증을 하여야 하는 것이며, 다만 그 발생한 채권이 변제 등의 이유로 소멸하였는지에 관하여는 임차인이 주장ㆍ입증책임을 부담한다(대법원 2005. 9. 28. 선고 2005다8323,8330 판결).
이 사건에서 살피건대, 을 제1, 2호증의 각 기재에 의하면 일응 연체된 관리비 채권 8,404,740원 상당이 존재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하면서도, 임차인인 원고의 소멸시효도과 재항변에 대해 “ --살피건대, 이자, 부양료, 급료, 사용료 기타 1년 이내의 기간으로 정한 금전 또는 물건의 지급을 목적으로 한 채권은 그 소멸시효기간이 3년이라고 할 것인바(민법 제163조 제1호), 을 제1, 2호증의 각 기재에 의하면 이 사건 아파트에 관한 관리비 채권은 1개월의 기간을 정한 금전의 지급을 목적으로 정한 채권인 점이 인정되고,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위 아파트에 대한 1999. 6.경부터 2006. 8.경까지의 관리비가 연체되었다고 할 것이며, 피고 회사는 그로부터 3년이 이미 경과하여 이 법원에 2010. 8. 17.자 답변서를 제출하면서 비로소 위 관리비의 공제 주장을 한 것은 기록상 명백하므로, 위 관리비 채권은 모두 시효로 소멸하였다고 할 것이다” 고 판단하였고, 이에 대해 다시 임대인인 피고가 다음과 같은 재재항변을 하였지만 이를 인정치 않았다. 즉, “--피고 회사는, 아파트 관리비는 209세대 거주자들이 사용한 비용을 공동 부과하는 공익요금이므로 소멸시효가 적용되지 않는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그 사유만으로 소멸시효제도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볼 아무런 이유가 없다. 피고 회사는 또한, 임대차보증금은 담보의 성질로 연체된 관리비가 연체될 때부터 바로 즉시 임대차보증금에서 공제된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이를 인정할 만한 아무런 증거가 없을 뿐만 아니라 을 제1, 2호증의 각 기재에 의하면 피고 회사 스스로 관리비가 연체된 이후 즉시 임대차보증금에서 공제되지 않는다는 것을 전제로 위 연체된 관리비에 대하여 지연손해금을 부과하고 있는 점이 인정되므로, 위 주장 역시 이유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 판결은 항소되었지만 대구지방법원 2011. 4. 21.선고 2011나2546 임대차보증금사건에서 판단 내용이 그대로 유지된 후 상고되지 않고 확정되었다.
다음은, 3년 이상 체납되었다고 하더라도 소멸시효와 무관하게 보증금에서 당연공제된다는 판결이다. 부산지방법원 2011. 10. 14. 2011가단7402(본소) 건물명도 등, 2011가단94734(반소) 임대차보증금청구 사건인데, ‘장기간 체납된 월차임채권은 시효로 소멸되었다’는 임차인인 피고 주장에 대해 법원은“-- 임대차계약에 있어 임대차보증금은 임대차계약 종료 후 목적물을 임대인에게 인도할 때까지 발생하는 임대차에 따른 임차인의 모든 채무를 담보하는 것으로서, 그 피담보채무 상당액은 임대차관계의 종료 후 목적물이 반환될 때에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별도의 의사표시 없이 보증금에서 당연히 공제되는 것이므로, 임대인은 임대차보증금에서 그 피담보채무를 공제한 나머지만을 임차인에게 반환할 의무가 있을 뿐 아니라(대법원 2005. 9. 28. 선고 2005다8323, 8330 판결 참조), 소멸시효가 완성된 채권이 그 완성 전에 상계할 수 있었던 것이면 그 채권자는 상계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원고가 이 사건 소를 제기한 때로부터 3년 전에 발생한 차임 채권이라고 하더라도 임대차보증금에서 공제가 가능한 이상 원고가 이를 공제함에 있어 아무런 문제가 없다. 피고의 위 주장 역시 이유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이 문제에 대해서는 동일한 대법원판결을 언급하면서도 하급심판결들간에는 견해가 일치하지 않고 있는데, 논리적으로는 소멸시효가 적용된다는 견해가 더 타당하다고 판단된다. 보증금이 존재한다는 것 자체만으로 월차임채권의 시효기간 도과를 부인할 근거를 찾기는 어렵다고 보이기 때문이다. 위 부산지방법원 판결은 “소멸시효가 완성된 채권이 그 완성 전에 상계할 수 있었던 것이면 그 채권자는 상계할 수 있는 것이다”는 논거를 제시하고 있지만, 논리적으로는 납득하기 곤란하다.
향후 논란이 계속 될 것으로 사료되는 바, 보증금만 믿고 임대차관리를 소홀히하는 관행에는 변화가 필요할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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