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비 나눠 내지만, 사생활 노출 감수해야
요즘 이른바 땅콩주택(Duplex Home·사진) 열기가 뜨겁다. 한 개의 단독주택 필지에 두 채의 집을 지어 놓은 모양으로, 땅콩처럼 하나의 껍데기에 두 채의 집이 들어가 있어 붙여진 이름이다.
종전에 단독주택이 1층과 2층으로 나뉘어 횡적인 공간에서 각자 생활을 했다면, 땅콩주택은 전 층을 반으로 나누어 종적인 공간 활용을 중시하는 개념이다.
다양한 주거 형태 속에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하나의 주거 유형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렇게 해서 공간활용도를 높일 수 있다 해도 땅콩주택이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먼저 땅콩주택은 건축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2가구가 주택건축 비용을 분담한다. 이 과정에서 주택의 소유권이 공동소유 형태를 취한다. 대출을 받거나 각자 매매를 하고자 할 경우 권리행사나 환금성에 제약을 받을 수 있다.
둘째, 토지매입비와 건축비를 절반씩 부담해도 집을 짓는 데 3억~4억원이 드는데, 이는 적은 금액이 아니다. 서울에선 전용면적 60㎡(25평) 아파트를 살 수 있고, 수도권 외곽지역의 85㎡(33평) 아파트를 구입할 수 있다. '단독주택을 조금 저렴하게 사는 수준'이라고 생각하고 접근해야 한다.
마티출판사 제공(박영채 포토그래퍼) |
셋째, 건물 구조가 다락방까지 포함한 3층 단독주택 형태다. 우리 전통의 주택개념은 단층을 넓게 연결해서 쓰는 횡적인 공간활용에 익숙한데, 종으로 확장된 평면은 기성세대의 정서와는 잘 맞지 않는다. 가족들이 좁은 면적의 3개 층을 오르내리는 불편은 의외로 답답함을 줄 수 있다.
넷째, 단독주택의 일반적인 불편인 보안과 사생활 노출, 관리문제가 있다. 즉, 공동경비를 할 수 없고 하자보수가 빈번하며, 땅콩의 나머지 한쪽 거주자와 사생활 보호문제가 생긴다. 정원도 잡초를 뽑고 관리하는 문제를 공동 소유자가 같이 해결해야 한다.
우리는 이미 아파트라는 가격과 거주편의, 환금성을 갖춘 주택에 익숙하다. 전체 가구의 60% 이상이 아파트형 생활방식을 택하고 있다.
땅콩주택은 단독주택의 한 형태로 공간활용 측면에서 베트남의 일부 주거 유형과 비슷해 우리의 전통적인 주택 개념과는 다르다. 새로운 주거형태라도 그 형태가 본인의 상황과 미래의 가치 창출에 적합한지 등을 꼼꼼하게 따져 접근해야 한다.
[박합수 국민은행 부동산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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