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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작금에 벌어지고 있는 전세난의 원인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서는 매매 시장과 임대 시장의 차이점을 알아야 한다. 일부 부동산 전문가들은 현재의 전세난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도시형 생활주택 등 주택의 공급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해법이 될 수 없다.
첫째, 현재 부족한 것은 선호도가 높은 아파트다. 국민은행 통계에 따르면 2년 전에 비해 아파트 전셋값은 8.3% 정도 올랐지만 단독주택은 2.4%, 연립주택은 5.5%로 물가 상승률보다 오르지 않았다.
3 개월 전의 상승률과 비교해 보아도 아파트의 전셋값 상승률은 계속 오르고 있는데 비해 단독주택이나 연립주택의 전셋값 상승률은 정체 상태다. 쉽게 말해 자녀들의 학군도 괜찮고, 직장도 가까운 데서 살고 싶지만 전셋값이 너무 올라 문제라는 것이지, 옥탑방이나 반지하 다가구주택에서 살겠다는 수요는 아니라는 의미다.
현재의 전세금으로 외곽으로 나가거나 도시형 생활주택으로 전세를 옮기면 되지 않겠느냐고 할 수도 있다. 이런 단순한 생각 때문에 도시형 생활주택 등의 공급을 늘리면 현재의 전세난을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 러나 실수요자들이 원하는 것은 삶의 질을 지금보다 떨어뜨리지 않고 전세를 구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런 대책은 탁상공론에 불과하다. 집은 없어도 자동차는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시대가 되었는데, 주차장도 없는 도시형 생활주택으로 이사를 가라는 것은 대책이 되기 어렵다.
둘째, 현재는 매매용 주택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임대용 주택이 부족한 것이다. 매매용 주택이 부족하다면 현재 10만 호가 넘는 미분양 아파트를 설명하기 어렵다. 지금은 전세를 주려는 사람(전세 공급자)은 과거 대비 줄고 있고, 전세를 얻으려는 사람(전세 수요자)은 늘어나기 때문에 생기는 전세 시장의 수요와 공급의 문제이지, 주택만 공급한다고 전세 시장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공급 늘린다고 문제 해결되지 않아
그러면 전세 공급자는 왜 줄어들고 있을까. 국민은행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평균 아파트의 가격은 2억5000만 원 정도이고 평균 전세 비율은 56%다. 다시 말하면 2억5000만 원짜리 집을 사는데, 전셋값이 1억4000만 원 정도 하고 자기 돈은 1억1000만 원 정도 필요하다는 의미다. 집을 사서 전세를 주는 사람(전세 공급자)이 생기는 이유는 상대적으로 적은 돈을 투자해 최대의 투자 효과(지렛대 효과)를 거두려는 것이다.
한편 지난 1년간 전국 평균 아파트 상승률 2.0%을 감안하면 지난 1년간 평균적으로 500만 원 정도 아파트 값이 올랐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을 투자 수익률로 환산하면 4.5%에 해당한다.
여 기서 세금을 제외하면 물가 상승률이나 정기예금보다 적기 때문에 굳이 집을 새로 사서 전세를 주려는 사람들이 줄어드는 것이다. 그나마 현재는 투자 수익이라도 나오지만 만약 투자 수익률이 마이너스로 돌아설 가능성까지 생각하면 새로 투자하려는 사람이 적을 수밖에 없다.
한편 이미 다주택을 보유해 전세를 주고 있던 사람의 편에서 살펴보자. 국민은행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평균 월세 이율은 0.95%라고 한다. 월세 이율은 전세를 월세로 돌렸을 경우 받을 수 있는 월세를 종전 전세금으로 나눈 개념이다. 이 수치를 적용해 보면 1억4000만 원짜리 전세는 100% 월세로 돌렸을 경우 연간 1596만 원의 월세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때 1억4000만 원의 여유 자금이 있는 사람은 집을 한 채 더 사는 것이 유리할까, 아니면 기존의 주택을 전세에서 월세로 전환하는 것이 유리할까. 현재의 통계 수치를 적용하면 전자의 경우 기대 수익이 연간 500만 원에 불과하지만 후자의 경우 그보다 세 배나 많은 1596만 원의 수익을 거둘 수 있다.
누군가 집을 사서 전세로 놓아야 전세 공급이 늘어나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의 구조에서는 집을 새로 사는 것보다 기존의 전세를 월세를 돌리는 것이 수익률이 훨씬 높기 때문에 전세 공급이 투자로 늘기는커녕 기존에 있던 전세도 월세로 돌리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전세 임대 물량 중 전세가 차지하는 비율이 작년 1월 60.1%였던 것이 올해 9월에는 56.4%로 줄어든 것이다. 전체 임대주택의 3.7%가 전세에서 월세로 돌아섰다는 것을 의미한다. 시장에서 전세가 점점 줄어들고 있으니 전세가가 오르지 않는 것이 이상한 것이다.
자금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사람도 전세를 월세로 전환하는데 문제가 없다. 전세를 월세로 돌리기 위해서는 임대인에게 1억4000만 원의 자금이 필요하다. 이 금액은 집값의 60% 이하이므로 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수 있다.
한 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주택 담보대출의 평균 금리(신규 대출 기준)는 4.81%이므로 이를 대입해 보면 1억4000만 원에 대한 연간 이자는 673만 원이 된다. 그러므로 현재 전세를 월세로 돌리면 연간 923만 원의 추가 수익이 생기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월세 이율이 대출이자보다 훨씬 높기 때문에 벌어지는 현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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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세 전환으로 공급 줄어
이번에는 전세 수요자의 편에서 살펴보자. 전세를 사는 이유는 집을 사기에 돈이 부족하다는 점도 있지만 집을 샀을 때 얻을 수 있는 이익보다 집을 사지 않았을 때 얻을 수 있는 이익이 크기 때문이다. 2억5000만 원짜리 집에서 1억4000만 원에 전세를 사는 사람은 그 집을 사려면 1억1000만 원의 추가 자금이 필요하다.
이 자금을 대출 받아 해결한다면 대출이자 4.81%를 적용할 때 연간 이자는 529만 원 정도 나간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그 집을 보유할 때 얻을 수 있는 기대 수익은 연간 500만 원에 불과하므로 수익보다 비용이 더 큰 구조가 되는 것이다.
더구나 집값이 지금보다 더 오르지 않거나 대출이자가 지금보다 더 오른다면 이런 적자 구조가 더 심화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집을 살 능력이 있는 사람도 전세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
연 간 2%의 집값 상승률 하에서는 다주택자의 경우도 집을 사서 전세를 줄 이유가 없고, 실수요자도 집을 굳이 서둘러 살 이유가 없다. 이런 심리가 시장에 퍼지면서 전세 공급이 줄고 반대로 전세 수요가 증가해 전세대란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시장에 주택만 공급한다고 전세난을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시장에서 누군가 그 주택을 사서 전세 공급을 늘리든지, 아니면 그 주택을 사서 입주해 전세 수요를 줄여야 비로소 전세난이 해결되는 것이다. 현재 시장에서 주택 거래가 줄어든 것은 주택 공급이 적어서 그런 것이 아니라 주택 매수세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주택 매수세가 살아나야 거래량이 늘어날 수 있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보아도 지난 10년간 집값이 강세를 보이면 그 다음해는 전세가가 안정되는 현상을 보여 왔다.
자 본주의사회에서 시장 참여자는 자신의 이익을 늘리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이 때문에 ‘보이지 않는 손’이라는 시장의 기능이 작동하는 것이다. 집을 가진 사람이나 집을 가지지 않은 사람이나 자신의 편에서 최선의 선택을 할 따름이다. 이런 선택들이 모여서 시장의 방향을 결정하는 것이다. 집값이 약세를 보이는 한 전세난은 계속될 것이다.
의사가 병을 고치려면 발병 원인부터 정확히 알아야 한다. 마찬가지로 시장에서 어떤 이상 현상이 나타날 때, 왜 그런 현상이 나타났는지, 시장 참여자들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고 어떤 결정을 하고 있는지 이해하면 해법은 자연스럽게 알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