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통·닭장놓고 알박기…보금자리는 투기와 전쟁중
[토지보상 이대로는 안된다 < 상 > ]LH 투기차단 총력불구 갈수록 수법 교묘해져]
-불법보상투기 못 막으면 혈세낭비
-막무가내 고가보상 요구로 사업지연
-주택공급계획 차질 집값 상승 부작용도
↑경기 화성 동탄2신도시 임야에 무단 설치한 벌통
#사례1. 이달 초 경기 하남시 감일동 보금자리지구에선 불법 벌통 수십개와 은행나무 수십그루가 적발됐다. 사업시행자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오전과 오후 2교대로 감시단을 투입해 사업지구를 샅샅이 훑고 다니는데도 보상을 노린 불법 투기행위가 끊이지 않는 것이다. 양봉이나 수목투기뿐만이 아니다. 몰래 비닐하우스 및 컨테이너를 설치하거나 닭과 개, 오리 등을 풀어놓고 외국인근로자를 고용해 사육하는 경우도 있다.
#사례2. 미사, 감일, 감북 등 보금자리사업지구 3곳이 지정된 경기 하남시 일대는 '적정 보상' '보상비 삭감 중단' '보금자리사업 취소' 등의 플래카드로 도배됐다. 주민들은 LH가 평가한 하남 미사지구 보상가가 자신들이 추천한 감정평가사가 매긴 보상가보다 낮게 나오자 집단 반발하며 플래카드를 내걸었다.
하남 감북지구 주민들은 지난 3월 보금자리지구 지정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내기도 했다.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으로 묶여 오랫동안 재산권을 제한받아왔음에도 형편없는 보상금에 땅을 강제 수용당할 수 없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수도권 보금자리지구와 신도시 등 개발사업이 토지보상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보상을 노린 불법투기 행위가 잇따르는가 하면 적정 보상가를 둘러싼 시행자와 원주민간 이견으로 사업이 지연되는 사례가 빈번한 것이다.
불법투기 등으로 보상비가 증가하면 혈세낭비는 물론 조성원가가 상승, 최종 아파트 분양가가 치솟을 수밖에 없다. 적정 보상가 갈등으로 사업이 표류하면 정부가 계획한 연간 주택공급 물량에 차질을 빚어 주택부족, 집값상승 등의 부작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위례신도시에 설치된 불법 비닐하우스
◇보금자리·신도시 '투기와의 전쟁 중'
LH는 개발을 진행 중인 수도권 보금자리와 신도시 대부분 지구에서 투기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보상이 한창이던 지난해 위례신도시에서는 비닐하우스 1700여개, 무단반입 벌통 8000여개가 적발됐다.
실제 보상작업을 위해 최초로 항공촬영을 한 2006년 3월 위례신도시에 있던 비닐하우스는 764개였다. 이후 위례신도시 내 비닐하우스는 2008년 5월 1221개로 늘어나더니 실태조사에 들어간 2009년 4월에는 1391개로 증가했다.
LH 위례사업본부 관계자는 "보상을 요구한 사람들 가운데 실제로 보상 대상자수는 절반에도 못미쳤다"며 "투자자와 투기꾼을 구분하기는 어렵지만 항공촬영과 현장감시단 적발사례 등을 종합해보면 절반 이상이 투기꾼인 셈"이라고 말했다.
토지보상 수법도 점점 다양해지고 있다. 과거에는 배나무, 감나무 등 과실수를 심는 수법이 많았지만 고급 정원수, 장미 등 화훼작물, 상황버섯 등으로 바뀌더니 최근에는 벌통, 축산을 통한 변종수법이 적발되고 있다.
LH 보상기획과 관계자는 "농작물 보상투기를 차단하는 제도가 마련되면서 법망을 피한 신종 투기수법이 개발되고 있다"며 "무단으로 벌통을 들여와 채소밭 비닐하우스를 양봉비닐하우스로 바꾸거나 개, 오리, 닭 등을 풀어놓고 상업용지 보상을 요구하는 투기꾼이 많다"고 설명했다.
◇"보상금 만족 못한다"…막무가내 반대
보상가를 둘러싼 시행자와 주민간 이견은 보상투기 못지않게 심각한 문제다. 무조건 높은 금액을 원하는 주민들과 적정 보상을 진행해야 하는 LH 간의 의견차이가 좁혀지지 않아 협상 초기 단계에서 모든 업무가 올스톱되는 경우가 많다.
하남 미사지구는 LH가 의뢰한 감정평가금액(4조8000억원)과 주민들이 의뢰한 감정평가금액(6조6000억원)이 40% 가까이 차이나기도 했다.
보상금 갈등은 사업지연, 주택공급 부족 등의 부작용을 낳고 있다. 하남 미사지구의 경우 주민들의 반발로 지난해 6월에 시작됐어야 할 토지보상이 6개월 이상 늦어졌다. 2009년 12월에 지정한 2차 보금자리지구도 당초 계획대로라면 지난해 보상이 시작됐어야 하지만 여전히 손도 대지 못하고 있다.
시범지구와 2차지구의 보상업무가 지연되면서 3차지구는 내년으로 보상시기가 미뤄졌다.
◇투기 못 막으면 혈세낭비·분양가 상승 불가피
연간 토지보상금은 △2007년 25조원 △2008년 22조원 △2009년 29조원 등 매년 20조원을 웃돈다. 토지보상 투기나 막무가내 고가보상 요구 등을 막지 못하면 수조원에 달하는 혈세가 낭비되는 것이다.
특히 고가보상을 원하는 땅과 건물 소유자 외에 양봉, 축산 등 각종 영업권 보상은 실제 영업 여부를 가려내기가 쉽지 않아 투기꾼의 표적이 되고 있다. LH는 현장 폐쇄회로TV(CCTV) 설치, 현장감시단 상시 운영, 주민 신고포상제, 투기꾼 명단관리 등 투기방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갈수록 투기수법이 교묘해져 100% 적발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한국감정원 관계자는 "투기, 보상시비 등에 따른 보상비 증가는 조성원가를 높여 분양가 상승으로 이어져 결국 국민들이 피해를 보게 된다"며 "보상만 적정하게 이뤄져도 훨씬 싼 값에 주택을 공급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성장환 토지주택연구원 연구위원은 "전국에서 보상금을 둘러싼 충돌로 시위, 소송 등이 이어지면 보금자리 등 주요 정책사업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며 "개발사업 지연으로 주택공급이 줄면 주택부족, 집값상승 등의 부작용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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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송지유기자 cl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