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 200억원대, 류시원 100억원대 소유
불규칙한 수입구조… 자산굳히기 최고수단
주식보다 익명성 보장, 조용한 투자에 최적
지난 1990년대 인기 아이돌 그룹이었던 'H.O.T'의 리더 문희준은 최근 "과거 1억2000만원에 샀던 집이 지금 10억원이 됐다"며 "시세는 다르지만 집을 여러 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문씨처럼 많은 연예인과 스포츠 스타들이 부동산에 투자하고 있다. 영화배우 고소영, 야구선수 박찬호·이승엽, 가수 이승철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과연 어떤 부동산에, 무슨 이유로 투자하고 있는 걸까.
◆100억대 부동산 재벌 된 스타
최근 일본 프로야구 오릭스로 연고지를 옮긴 야구선수 박찬호는 연예인과 운동선수 중 부동산 투자로 가장 큰 성공을 거둔 것으로 평가된다. 그는 지난 2005년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지하 4층, 지상 13층 규모의 'PSG(Park's Sports Group) 빌딩'을 세웠다. 현재 시세는 약 200억원. 5년 새 2배쯤 뛴 것이다. 영화배우 류시원도 서울 강남구 대치동 40억원 부지에 지은 7층짜리 빌딩 시세가 100억원로 올랐다.
영화배우 고소영도 서울 강남구 청담동 명품거리에 '테티스'라는 지상 5층짜리 빌딩을 2007년에 지었다. 현재 시세는 약 116억원. 야구선수 이승엽도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 300억원대 '에스콰이아 빌딩'을 소유하고 있다.
◆자산 굳히기 효과에 세제혜택도
연예인과 스포츠 스타들이 부동산에 몰리는 이유는 뭘까. 고준석 신한은행 갤러리아팰리스 지점장은 "한꺼번에 불어난 자산을 확실하게 굳힐 수 있는 최고의 수단이 부동산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특히 스타들이 강남 빌딩을 선호하는 이유는 두 가지다. 세제 혜택과 함께 '강남 빌딩 주인'이란 상징적 의미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박원갑 부동산1번지 연구소장은 "주택은 여러 채 있으면 종합부동산세 등 세금을 많이 내지만 빌딩은 그런 부담이 적은 게 장점"이라고 말했다.
불규칙한 수입구조도 부동산을 선호하는 이유다. 박상언 유앤알컨설팅 대표는 "부동산은 가격변화가 크지 않은 안정자산이라는 점도 큰 매력"이라고 말했다. 목돈을 조용하게 굴릴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고준석 지점장은 "주식은 공시 등의 문제가 있어 익명성이 보장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경매 활용하고 도심에 투자"
연예인과 운동선수의 투자에는 몇 가지 규칙이 있다. 경매를 활용하고 도심 위주로 투자한다는 것. 농구선수 서장훈과 방송인 노홍철은 경매로 성공한 케이스다. 서장훈은 외환위기 직후인 지난 2000년 경매로 서울 양재동에 7층짜리 빌딩을 약 28억원에 낙찰받았고 현재 100억원이 넘는 차익을 올린 것으로 평가된다. 노홍철도 지난해 4월 서울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160㎡를 시세보다 20%쯤 저렴한 22억원에 경매로 샀다. 박원갑 소장은 "경매는 국가가 열어둔 공식적인 할인판매장"이라며 "부동산 투자의 정석을 충실히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축구선수 박지성과 피겨스타 김연아는 각각 경기 용인과 인천 송도에 상가를 투자했지만 재미를 보지 못했다. 선종필 상가뉴스레이다 대표는 "두 곳 모두 도심이 아닌 신흥 상권지역으로 상권 성숙도에 대한 깊이 있는 고려가 부족했던 점이 패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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